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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대한민국은 LLM AI의 폭풍 한가운데

2026년의 3분의 2가 지난 지금 오랜만에 블로그 글을 IT 테크적 이야기가 아닌 IT 산업 미래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하고 싶다.
현 2026년 대한민국은 LLM AI의 폭풍의 한가운데 속에 있다. 웹 앱(SaaS) 시장의 문턱이 바이브코딩과 경쟁하는 현 상황을 보며 IT 업계의 미래 전망이 긍정적인게 맞을지 한숨을 쉬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AI만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AI 덕분에 소프트웨어 제작비용이 줄어든 현 개발자 노동시장을 둘러싼 분위기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한참동안 생각을 정리하며 조금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제작의 희소성 감소가 생각보다 꼭 나쁜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을 수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소프트웨어 인력은 웹과 앱, 특히 SaaS와 서비스 개발 시장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었다. 컴퓨터공학(또는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거나 개발을 배우면 자연스럽게 프론트엔드, 백엔드, 모바일 앱 개발로 향하는 경로가 사실상 표준처럼 자리 잡았다. 여기에 더해 난립한 국비교육 학원의 광고로 인해 비전공자들 또한 웹 개발 시장에 휘몰아쳤다.
지난 10여 년간 스마트폰과 맞물린 웹 시장이 너무 빠르게 팽창하면서 웹 개발이 마치 유일한 IT 진입로처럼 보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LLM AI와 바이브 코딩의 등장으로 이 구조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예전에는 간단한 사내 웹도구 하나를 만들기 위해 개발자를 채용하거나 외주를 맡겨야 했다. 지금은 도메인 지식을 가진 실무자가 AI의 도움을 받아 직접 작은 프로그램이나 업무 자동화 도구를 만드는 것이 점점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또한, 개발 지식이 없는 비전공자들도 앱을 개발하여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 올리거나 웹 앱으로 손쉽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필자의 주변 사람들마저 자신의 도메인을 가지고 웹 앱을 AI 시대 이전과 다르게 손쉽게 찍어내는 상황이 되었다.)
지금 이처럼 벌어지는 웹 개발 시장의 축소가 단순히 개발자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상으로만 봐야 할까?
오히려 웹과 앱에 집중돼 있던 소프트웨어 역량이 제조, 물류, 금융, 인프라, 행정, 의료 등 산업 전반으로 퍼지는 전환점일 수도 있다. 각자의 도메인 지식을 가진 현장 노동자가 AI를 통해 직접 작은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자신의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는 물꼬가 열린 것이다.
과거의 업무 자동화를 위한 비용(개발 인력, 외주 비용 등)이 소수의 인원이 사용할 작은 내부 도구나 특정 공정만을 위한 프로그램은 개발비 대비 효과가 크지 않아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AI가 소프트웨어 제작비용을 낮춘다면 지금까지 경제성이 없어 방치되던 수많은 작은 업무도 자동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AI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의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며, 이것이 산업 전반으로 퍼지게 될 경우 가져올 파급효과는 대단할 것이라고 본다.
또한, 개개인의 업무능력도 다음과 같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생산을 아는 사람 + 소프트웨어
회계를 아는 사람 + 자동화
설비를 아는 사람 + 데이터
물류를 아는 사람 + AI
이처럼 이식 가능한 기술을 자신의 도메인에 붙이면, 자신이 어떤 문제를 해결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외부에도 증명하기 쉬워질 것이다. 마치 IT 업계의 포트폴리오처럼 말이다.
물론 모든 현장 노동자가 AI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미래가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유지보수되지 않는 프로그램, 보안 취약점, 데이터 유출, 권한 관리 실패 등 이른바 Shadow IT의 난립은 오히려 새로운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능력보다 자신이 만든 소프트웨어가 어떤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하는 최소한의 CS 지식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모두가 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컴퓨터과학(CS) 교양은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컴퓨터과학 교양은 모든 직장인에게 알고리즘이나 자료구조,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르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 서버가 갑자기 꺼지면 내가 만든 앱의 데이터는 어떻게 되는가?
- 두 사람이 같은 데이터를 동시에 수정하면 어떻게 되는가?
- 사용자가 입력창에 예상하지 못한 값을 넣으면 어떻게 되는가?
- 로그인한 사용자와 다른 사람의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 데이터가 날아갔을 때 복구할 방법은 있는가?
- AI가 만들어준 코드를 어떻게 검수할 것인가?
이와 같이 AI를 활용해 만드는 과정, 결과에 대한 검수와 수정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이 필요하다. 각 CS 항목을 배우면서 운영체제 내부 구조나 데이터베이스 이론, 복잡한 알고리즘 등 세세한 전공 심화를 배우자는 것이 아닌 AI에게 적절한 지시를 하며 결과물을 직접 테스트해보고 수정할 수 있는 정도면 된다.
그렇다고 모두가 AI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대신 자신의 일을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본 글에서 말하는 AI 활용 능력은 프롬프트 기법을 외우거나 AI 모델의 내부 구조를 깊게 이해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자신의 업무가 어떤 입력을 받아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설명하고, 이를 작은 문제로 나누어 AI에게 맡긴 뒤 결과가 실제 업무에 사용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으면 된다. 그래도 잘 못쓰겠다고? 프롬프팅도 요즘은 AI가 더 잘한다. AI 도움을 받아 다음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꺼내고 검증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 자기 업무를 정확히 설명하는 능력
- 업무를 작은 단계로 쪼개는 능력
- 결과를 검증하는 능력
- 최소한의 CS 상식
이와 같이 본인의 업무를 파악하고 AI에게 맡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현 SaaS와 같이 거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자신의 업무 도메인을 기반으로 반복되는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누군가 꼭 써야할 앱을 만드는 것이 아닌 본인 또는 주변의 몇몇이 사용하여 업무를 자동화 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AI 시대의 CS 교양은 코드를 직접 작성하기 위한 지식이 아니라, AI가 만든 결과물에 무엇을 물어보고 무엇을 의심해야 하는지 알기 위한 지식이다.
마치며
AI 폭풍의 시대에서 AI를 사람을 줄이는 도구로만 보는 기업의 미래는 그리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기존 업무량을 고정된 것으로 보고 10명이 하던 일을 AI에 맡겨 7명을 줄이는 것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자동화하면 인간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인간은 생산성이 높아질 때마다 지금까지 비용 때문에 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을 만들어 왔다. 한때 대부분의 사람이 생존을 위해 농업에 종사해야 했지만, 농업 생산성이 높아진 현재 그 인력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그리고 오늘날의 IT 산업으로 이동했다. 생산성 향상은 일을 없애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왔다.
AI가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사람을 일자리에서 치우는 것이 아닌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 때문에 자동화하지 못했던 수많은 작은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이것이 실제 미래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필자가 AI 시대를 바라보며 돌린 희망회로에 불과할 수도 있다. 다만 웹과 앱에 몰려 있던 소프트웨어의 힘이 AI를 통해 각자의 산업 현장으로 퍼지고, 각자의 도메인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조금씩 더 나은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이 전환이 고통 없이 이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기존 직무가 사라지는 속도와 새로운 직무가 생겨나는 속도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AI가 사람을 줄이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소프트웨어라는 강력한 도구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기술이 되기를 바란다.